![]() - 외형으로만 판단하면 슈나벨의 연주는 어쩌면 실로 졸속스럽기 짝이 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구조와 형식미가 박살이 날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템포설정, 지금의 시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스 터치들, 그리고 원 매체 자체가 지니고 있는 한계로 인한 빈약한 음질 등은 이 음반에 손이 선뜻 가지 않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담겨 있는 슈나벨의 해석은 듣는 이를 잡아끄는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 - 사실 슈나벨의 연주가 현재의 기준에서 볼 때 그토록 엉성한 외관을 갖추게 된 것에는 매체의 탓이 크다. 테이프를 통한 녹음기법조차도 발명되지 않았던 그 시절, 한 면에 고작 몇 분의 내용밖에 담을 수 없는 SP의 매체 상 한계는 대가 슈나벨로 하여금 어쩔 수 없는 타협을 강요했다. 그러나 그러한 가혹하기 짝이 없는 조건 속에서도, 슈나벨은 그토록 혐오했던 매체를 위해 자신이 지니고 있던 베토벤 전문가로서의 기량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 가장 괄목할만한 점은 자유로운 템포의 설정과 확신감 넘치는 터치이다. 슈나벨은 철저히 자신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자유롭게 연주하고 있으며, 절제와 과장 모두를 뜻대로 하고 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분명히 그가 이 전집을 녹음할 당시에는 비교할 대상이 될만한 다른 녹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또한 슈나벨 본인의 요청에 따라 사전 예약된 100 셋트만 발매될 예정이었기에, 세션 자체가 음반 작업이라기보다는 콘서트를 기록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전집을 쭉 듣고 있다보면, 확신에 넘치는 슈나벨의 주관적 해석이 때때로 듣는 이의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깨닫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발트슈타인" 과 "함머클라비어"는 특기할만 한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발트슈타인"의 2악장에서 슈나벨은 여타의 녹음과 비교해볼 때 확연히 긴 시간을 잡아먹는데, 그러한 시간과 노력의 투자는 곧이은 3악장에서의 전환에서 나타나는 인상적인 변화로 우수리를 갚고도 남을 만큼의 성과를 거둔다. - 옛날 연주, 그것도 역사상 최초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이라는 점에서 호사가적인 취향이 있는 감상자라면 그것 만으로도 한번 쯤 들어보고 싶은 음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단지 "사상 최초" 라는 점만이 아니라, 거기에 들어 있는 내용의 측면에서도 이 음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원 저작권자인 EMI의 손을 벗어난 음원을, Document 사는 정말로 저렴한 가격과 리마스터링을 거쳐 다시 내놓았다. CD 1장 값에 이 정도 과실을 맛볼 수 있다면 결코 나쁜 거래는 아니다. p.s. 슈나벨의 전집을 새로 구매할 분을 위해 슈나벨의 이 전집은 Document 사 이외에도 EMI의 원 전집, Naxos의 히스토리컬 레코딩 등 다양한 레이블에서 CD화되어 있다. 하지만 EMI의 원 전집은 가격이 너무 비싼 점이 문제다. 한편 Document의 경우, 가격 면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우월한 저렴성을 자랑하지만 리마스터링의 방식과 그 오리지널성에 있어선 의심이 간다. 리마스터링 결과물은 지나칠 정도로 소음이 사라져 있는데, 때때로 듣다 보면 원 SP의 음을 지나치게 인공화시킨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게 진정 Document 사가 직접 리마스터링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회사 자체가 예전부터 다른 레이블에서 복각한 것을 무단으로 가져온다는 루머가 있는 동네고, 무엇보다도 XXCM의 옛 10장짜리 CD랑 너무 비슷하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슈나벨의 전집을 마련할 생각이 든다면, 개인적으론 Naxos의 히스토리컬 레코딩 시리즈를 사 모으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글루스 가든 - 클래식 음악 듣기 *슈나벨의 해석에 관한 부분을 2010. 3. 14. 15:55 에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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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오랫동안 해결하..
by 김헌우 at 02/03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ㅎ.. by 모차르트럽♥ at 09/11 음악을 잘 알지는 못하지.. by 고냉이래요 at 12/05 아마존에서 26불에 팔고 .. by 파파라치 at 12/05 뭐 그저 그렇지요...... by 漁夫 at 12/04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 by 영어덜트 at 12/04 정말 간만입니다. 잘 지.. by 漁夫 at 12/03 아 이 악보 구하려고 찾고.. by 오호오 at 10/05 라이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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