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曲六色: J. S.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91(EMI)
- 연주자의 명성에 비해 미묘하게 푸대접을 받고 있는 음반. 실제로 연주가 형편없다거나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그 무엇이 부족하다기보다, 소위 "바흐 연주"라는 선입견의 기준에 비추어볼 때 참으로 독특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슬라바는 바흐의 걸작을 속된 말로 "지 쪼대로" 연주한다. 6개의 곡 각각에 별개의 이미지를 상정하고, 그에 맞추어 연주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 푸르니에의 음반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고상함이나, 비스펠베이의 음반이 가지고 있는 문헌적 정확함과 세련미의 조화에 비견될만한 것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슬라바가 상정한 6개의 이미지가 각 곡에 있어 잘 맞아떨어지는지의 여부, 그리고 그것에 공감 내지는 납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개인적으론 처음에는 슬라바의 구상과 방법론이 생경하고 불편했지만, 그냥 틀어놓고 있다 보니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마지막엔 결국 거장의 위대함에 머리를 조아리기까지.

- 춤곡의 리듬이 어쩌고, 바흐 생전의 연주 양식이 저쩌고, 진정한 바흐의 음악 정신이 이러쿵저러쿵...... 하는데 지쳤다면 확실한 대안이자 치료제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정격 연주 양식 등에 대해 꽤나 동조하고 있었고, 따라서 고증적 정확함이니 양식적 엄격성이니 하는 데에 꽤 비중을 두었지만, 솔직히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태도가 어찌보면 오히려 독이 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마침 그런 와중에 이 음반을 접하게 되었으니, 점수를 좋게 줄 수 밖에 없다.

- 처음 출반되었을 때 이 음반의 평가를 둘러싸고 한국의 원로 비평가들과 신진 비평가들 사이에 한바탕 대결 구도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전자가 부정적인 평가를, 후자가 긍정적인 평가를 주로 내렸다는데, 그 후 외국의 비평가들이 대부분 찬사에 표를 던지는 바람에 한국 클래식 음악 비평가들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고. 진위는 잘 모르겠으나 그럴 법 한 얘기인 것 같다.

- 글 상단의 음반 표지를 보시고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다른데?"라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표지의 음반은 작년 10월 쯤에 영국에서 "Recommends" 시리즈로 염가 재출반된 것이다. 한국에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입이 안 되고 있는데, 아마 이전에 나왔던 동일 음반이 하도 안 팔려서 그런 듯. 그럼 가격이나 좀 내렸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2장 MID의 가격을 받고 있다. 참고로 영국 아마존에 염가 재출반된 음반을 주문하니까 배송비 합쳐서 19000원으로 해결이 되더라, 한국 EMI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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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덜트 | 2009/10/19 16:24 | 클래식 음반 리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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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漁夫 at 2009/10/25 23:12
한국 EMI는 이제 없는 거나 다름없죠.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10/29 14:03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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