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분방한 개성을 지탱해주는 충실한 기본기 - J. S. 바흐, 평균율 전곡: 글렌 굴드, 1962~1971(SONY)


- 굴드의 바흐 연주가 '속도가 빠르고 자유분방해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 유명한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물론, 이 평균율 음반에서도 처음 다가온 것은 그러한 선입관이었다. 일절 연주되지 않는 반복구, 여타의 연주들보다 훨씬 빠르고 자유로운 템포 설정, 바흐가 마치 낭만주의 시기의 작곡가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그 자유분방함은 분명 굴드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 그러나 자유분방함의 외양 밑에는 그 어떤 연주자들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는 탄탄한 기본기와 작곡가에 대한 충실한 분석 그리고 이해가 자리잡고 있다. 굴드는 "피아노의 구약성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을 자신의 손가락을 통해 오롯이 재구현해낸다. 대위법의 필수요소인 각 성부의 분리에 있어서의 명료함과, 성부 혼합 시의 균형감, 각 구절의 섬세하고 정확한 처리 등은 굴드라는 연주자가 기교면과 작품의 이해 양쪽 모두 최정상의 경지에 있었음을 확인해준다.

- 최근 대세를 점하고 있는 정격 연주의 흐름에서 살펴볼 때, 그토록 특별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굴드의 바흐 연주도 이제는 점점 빛이 바래져가는 과거의 광채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연주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낭만성을 지탱해주는 것은, 그 어떤 정격연주 신봉자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철저한 바흐 탐구와 분석, 그리고 그 결과물을 자아내는 완벽한 기교의 힘이다. 자유분방한 정신과 개성의 표출은 원칙과 기본의 충실한 습득이 선행되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성과를 내는데에만 급급한 요즈음의 세태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새로 들어온 동아리 후배 덕분에 여러 연주자들의 바흐 건반 악기 작품 녹음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후배인데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가 바흐와 베토벤이란다. 한 동안은 최소한 이 두 작곡가의 건반 악기를 위한 작품들만큼은 질릴 만큼 듣고 또 들으며 지낼 수 있을 듯 하다. Thank you very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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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덜트 | 2009/04/30 16:02 | 클래식 음반 리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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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versilov at 2009/04/30 17:10
개인적으로 너무 사랑하는 음반이에요.. 늘 끼고 살아가는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04/30 18:39
손에서 땔 수 없는 마력이 분명히 있어요!^^
Commented by 漁夫 at 2009/05/01 00:44
굴드의 개성과 '소리'는 높이 사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그의 음반 중 '이거다!'싶은 것은 못 만나 보았고 이것도 마찬가지네요.....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05/01 19:35
굴드의 연주에 대해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듯 합니다. 제 후배는 무척 좋아하더군요. 저는 뭐..... 바흐를 연주하는 데에 있어서 그의 독창성에 대해서는 어쨌든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Commented by 漁夫 at 2009/05/03 01:05
네 사실 제가 거장급으로 기꺼이 인정하는 피아니스트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 글렌 굴드긴 합니다 ^^;;
Commented by sohee at 2009/05/26 23:43
아...시디빌려준 후배입니다. 바흐평균율의 음반중에는 굴드가 가장 좋아요. 굴드의 그 입체적인 소리는 정말 최고죠. 저는 굴드의 바하를 가장 좋아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연주는 리히터와 같은 연주랍니다.ㅎ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06/08 19:22
둘다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거야. 최소한 그런 희망을 가지고 매진하렴. 화이팅이다.
Commented by 다음엇지 at 2009/06/01 17:32
동의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굴드의 '소리' 와 '열정'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선동가' 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06/08 19:23
"선동가"...... 굴드에게 그런 별명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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