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해의 음반
다사다난했던 2008년도 이제 하루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지금, 지난 한 해동안 구입했던 모든 음반들 중에서 '올해' 발매된 싱싱한 음반들을 골라내어 그 중 올 한해를 빛낸 최고의 음반 한 장을 선정하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대상이 되는 음반의 기준은 지난 2008년 한 해동안 발매되어 정식 루트(국내/국외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쇼핑몰 등)를 통해 구입한 음반들로, 신반과 재발매반을 불문한다.

또한 "딱히 이유는 없지만 마음에 가장 들어서 좋다"라는 이유로 올해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피해 보려는 생각으로, 비록 여전히 주관의 영역에 있지만 미숙하게나마 다음의 기준들을 선정하여 최대 3점(별 세개), 최저 1점(별 한개)의 점수를 매겨, 평균점이 가장 높은 음반을 "2008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하도록 하겠다.

A. 가치: 기존에 덜 알려진(덜 대중화된) 음악가나 스타일을 다룬 음반일 수록 이 점수가 높다. 음반의 기획이 지니는 참신성과 독창성을 평가하고자 하는 기준. 이미 익숙하고 대중적인 음악가만 듣고 또 들으며, 스스로 식견을 좁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자성의 의도가 반영되었다.
B. 가격 대 성능비: 이 무슨 무엄한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경제적인 효용성은 비전문가가 음반에서 느끼는 만족감에서 분명히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본다. 별 가치도 없는데 쓰잘데 없이 이것저것 부가요소를 집어넣고 광고를 왕창해서 가격을 부풀리거나, 염가라는 이유만으로 그저 그런 연주를 마구 섞어 파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 기저에 자리잡은 기준.
C. 외형: 음반의 구성, 즉 북클릿의 충실성이나 포장의 세련미 또는 독창성 등을 평가하는 기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다. 염가 재발매 종이 박스물들에 대한 견제의 의도가 반영된 기준.
D. 연주 수준: 개인적으로는 요즈음 시중에 풀리는 정규 음반이라면 일정 수준 이상이 담보되기 때문에 상품으로 나오는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이 기준을 비록 음악 비전공자이긴 하나 넣어두지 않는다면 안될 듯. 최대한 '짜게' 주려고 노력하였음을 밝힌다. 비교 대상이 없는 신기원의 연주나 세계 초연이라면 일단 평균인 2점을 일괄 기본으로, 널리 권해지는 소위 레퍼런스가 존재한다면 그것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보았다. 경쟁 혹은 비교 대상이 없는 세계 초연이거나 희귀곡 연주라고 해서 무조건 만점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E. 음질: "이 한장의 명반 / 명연주" 페널티를 위해 넣은 기준. 솔직히 디지털 고해상도 음질에 익숙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아무리 (숨겨진) 명연주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SP나 에어 체크 녹음의 극악함을 무조건 참고 들어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 녹음 연도가 과거일수록 아무래도 불리한 기준. 그리고 실황 공연의 잡음이나 무대 소음 등이 들어 있거나, 저음 강조 등의 인위적 변질이 감지될 경우도 감점 요인이다.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1. 비발디, "사계" - 파비오 비온디, 유로파 갈란테(Naive): 1.8
A. 가치: *(1점) - 비록 비발디 "사계" 연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명연주라고 해도, 17년의 세월은 이 음반의 독특한 가치를 완전히 흡수하고도 남음이 있다.
B. 가격 대 성능비: ***(3점) - 명연주의 염가 재발매반이므로 만점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
C. 외형: *(1점) - 이런 수준의 음반 디자인과 구성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전설의 반열인 EMI의 RED LINE 수준이다.
D. 연주 수준: **(2점) - 고정 관념을 여지없이 파괴해버린 파격의 연주이나, 이제는 흔해진 스타일이 되었고 때로는 최초의 선구자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미완의 순간들이 조금씩 아쉬움을 남긴다.
E. 음질: **(2점) - 비록 최신 음반들이 보여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90년대 초반의 디지털 녹음은 확실히 80년대의 그것과는 수준이 다른 생생함을 보여준다. 17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질이다.

2. 빌라-로보스, "쇼로스 5, 7, 11번" - 존 네슐링, 상파울루 심포니 오케스트라(BIS): 2.4
A. 가치: ***(3점) - 한국에서 빌라-로보스의 음악 세계가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음반의 가치는 분명 최상점.
B. 가격 대 성능비: **(2점) - 탑 프라이스 1장 가격의 신보라면 무난한 정도.
C. 외형: **(2점) - 역시 무난한 보통의 CD 케이스 형식. 딱히 유별난 점은 없다.
D. 연주 수준: **(2점) - 동일 구성의 다른 음반을 들어본 일이 없어서 일단은 이 점수로.
E. 음질: ***(3점) - 최신반다운 선명함과 깔끔함을 지닌, 최상의 CD 음질.

3. 비제, "카르멘 & 아를의 여인 모음곡" - 마크 밍코프스키, 루브르의 음악가들, etc(Naive): 2.8
A. 가치: **(2점) - 비제의 이 작품들은 완전히 듣보잡 음악가의 듣보잡 작품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BMW 이니셜의 게르만계 음악가들처럼 흔하게 접하는 음악 정도라고는 말할 수 없다.
B. 가격 대 성능비: ***(3점) - 탑 프라이스 1장보다 약간 센 가격이나, 다음의 세 기준들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니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C. 외형: ***(3점) - 풀칼라의 소책자 형태로, 눈과 뇌에 유익한 정보가 가득 들어차 있다. 만점을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없다!
D. 연주 수준: ***(3점) - 아아, 보인다...... 한여름의 남프랑스에서 포도원을 돌보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이...... 하지만 그 아줌마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아......
E. 음질: ***(3점) - 더 말해 무엇하리오?

4. 여러 음악가들, "Fiesta" - 구스타보 두다멜,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DG): 2.4
A. 가치: ***(3점) -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맘보!"의 번스타인을 제외하면, 이 신보에서 내가 그간 이름만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음악가는 전무하다.
B. 가격 대 성능비: **(2점) - 무난한 탑 프라이스 1장 가격. 부가적으로 더 점수를 줄 만한 건덕지는 없다.
C. 외형: **(2점) - 그냥 평범한 CD 케이스 형태.
D. 연주 수준: **(2점) - 딱히 비교 대상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2점.
E. 음질: ***(3점) - DG의 최신 녹음에서 흠집을 찾아내기란 매우 힘들다. 실황을 온전히 담았는데도 마치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것 같은 이 완벽함.

5. 바흐, "평균율" 전곡 - 안젤라 휴이트(Hyperion): 2.4
A. 가치: *(1점) - 현대적인 평균율 피아노 녹음은 너무 흔해서 어떤 음반점에서도 마구 굴러다닌다. 게다가 이 음반은 이미 시중에 풀려있던 음반의 재발매이기도 하다.
B. 가격 대 성능비: ***(3점) - 이전에 두 세트로 나뉘어 탑 프라이스로 나왔던 음반들을 하나로 묶어서 버짓 박스화시켰다. 무엇보다도 음반사 자체가 마이너한 Hyperion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좀 무리한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
C. 외형: **(2점) - 솔직히 고백하자면 염가 재발매 종이박스물은 무조건 1점을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으나, 각 종이 슬리브마다 평균율의 주요 선율들을 빼놓지 않고 기재하였고 종이 질도 고급인데다가 휴이트 본인의 상세한 해설과 감상이 수록된 부클릿은 1점을 더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D. 연주 수준: ***(3점) - 현대 피아노의 표현력을, 중용을 지키면서도 완전히 보여주는 바흐 스페샬리스트 휴이트의 솜씨.
E. 음질: ***(3점) - S. 리히터의 목욕탕 사운드를 "몽환적"이라며 자위했던 기억은 이제 잊자.

6. 바그너,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 칼 뵘, 바이로이트 축제 오케스트라 & 합창단, etc(Orfeo): 1.8
A. 가치: **(2점) - 작곡가와 작품 자체는 흔한 축이지만, 그간 묻혀있던 바이로이트 축제 전성기의 실황을 그대로 살려냈다는 점에서 1점 더 준다.
B. 가격 대 성능비: *(1점) - 안 그래도 비싼 Orfeo의 오페라 전곡반인데다가 환율 폭등 크리까지 얻어맞아서 안타깝지만 도저히 구제해줄 방법이 없다.
C. 외형: **(2점) - 평범한 쥬얼 CD 케이스. 부클릿에서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보였으나 의외로 거기 실린 해설과 사진들이 그닥 흥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더구나 리브레토가 완전히 빠져 있어서 보통 이상의 만족감은 못 준다.
D. 연주 수준: **(2점) - 칼 뵘의 바이로이트 실황 "마이스터징거"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일부 가수들의 '연기력(가창력이 아니다!)'과 음역에 따른 배역 설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 음질: **(2점) - 60년대 방송 녹음이지만 스테레오도 제대로고 매우 선명한 음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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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과:
비제, "카르멘과 아를의 여인 모음곡" - 마크 밍코프스키, 루브르의 음악가들, etc(Naive)
선정해놓고 나서 이런 말을 하기는 참 미안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보다 두다멜의 "Fiesta" 쪽을 더 즐겨 들었었다. 하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선호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반들의 추격을 불허하는 뛰어난 음반 구성, 뜨거운 남유럽의 열기와 프랑스다운 세련된 우아함이 공존하는 연주 등에서 이 음반은 확실히 올해 구입했던 모든 음반들 중에서 최상위를 차지할만 하다. 이전의 리뷰에서도 쓴 것처럼, 밍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연주한 프랑스 음악이라고 하면 일단 아무 생각없이 집어들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차기 녹음이 무엇일지 정말이지 기대를 감출 수 없다!

ps: 올 한해 이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년에 뵙겠습니다!^^

이글루스 가든 - 클래식 음악 듣기
by 영어덜트 | 2008/12/31 09:41 | Diary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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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면 매력적인 신보를 내놓지 못한 채 그저 과거의 유산만을 반복해서 내놓고 또 내놓고 있는 메이저 음반사들을 탓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각설하고, 작년과 심사 항목 및 기준은 동일하다. 1. 바그너, "로엔그린" - 볼데마르 넬손, 바이로이트 축제 오케스트라 外(Sony): 1.4A. 가치: *(1점) - 나 ... more

Commented by zzzz0419 at 2009/04/25 15:17
꼭!부탁합니당~~~
Commented by 영어덜트 at 2009/04/30 18:39
뭘 부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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