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비망록 : 요제프 수크, 교향곡 "아즈라엘" - 찰스 매커라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10(Supraphon)
- 병영도서관에 가끔 들어오는 음악관련 월간지에서 이 신보의 발매 소식을 접했을 때, "아즈라엘"이라는 작품에 집착하는 입장에서 기뻤던 동시에 매커라스의 부고를 뒤늦게 접하게 되어 슬펐다. 이 오스트레일리아의 노지휘자는 음악적 변경 태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이고 부지런한 음악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체코 음악에 대한 헌신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업적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 매커라스의 이 신보는 2007년 체코 프라하 루돌피눔에서 작품 초연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 실황을 담고 있다. 실황이라고는 해도 최근의 발전된 녹음기술의 성과가 반영되어,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는 전혀 없으며 아주 또렷하고 생생한 연주를 들려준다. 음질의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들어본 모든 "아즈라엘" 중 가장 마음에 들었으며 또 이 덕분에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작품의 음악적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다.

- 탈리히가 묵시적인 엄숙함을, 노이만이 신기루같은 음울함을 표현했다면, 매커라스는 투명하고도 서정적인 슬픔의 감정을 담아내는 해석을 보여준다. 앞의 두 사람이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당대의 시대상을 자신들의 연주에 반영함으로써 집단적 정서의 표출을 이룬 것에 비해, 매커라스가 자신의 "아즈라엘"에 담아내는 것은 죽음을 대하는 어느 개인의 공포, 회한, 위안과 같은 사적인 감성들이다. 과도한 표현을 지양하면서 솔직담백하게 작품을 읽어내는 지휘자의 이러한 접근은 탁견이 아닐 수 없다.

- 이러한 해석을 탄생시킨 것에는 매커라스라는 지휘자의 견실함과 중용적인 성향도 분명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가 이 연주가 있기 전 딸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비극을 겪어야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지휘자는 장인과 아내의 연이은 죽음이라는 작곡가의 작곡 동기와 딸을 잃은 자신의 슬픔과 상실감 사이에서 유사성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그랬기에 예전의 체코인 지휘자들이 들려준 거대담론적 "아즈라엘"과는 정반대의,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작품의 본래 성격에 부합하는, 죽음에 대한 비망록과도 같은 명연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어쩌면 이 음반을 접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왔던 "아즈라엘" 편력을 끝마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쉬케나지와 헬싱키 필의 연주를 필두로 아직 들어보지 못했기에 한번쯤 접해보고픈 "아즈라엘"들이 상당수 남아있긴 하지만, 이전과 같은 열정과 의욕은 지금의 상황에선 한풀 꺾이고 말았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 음반에 비견할 만한 "아즈라엘"을 만나기가 힘들 것 같다. 탈리히의 50년대 음반과 함께, "아즈라엘"을 듣고자 하는 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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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어덜트 | 2011/06/25 15:44 | 클래식 음반 리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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